AI를 잘 쓰는 조직과 AI Native 조직의 차이는 "도구를 몇 개 쓰는가"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가 AI와 함께 설계되어 있는가에 있다.
최근 나는 개인 홈서버에서 운영 중인 inbum.net 사이트를 관리하면서 이 차이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단순히 ChatGPT에게 글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Hermes Agent를 통해 서버 파일을 읽고, 서비스를 분석하고, 전용 에이전트를 만들고, 실제 운영 문서와 스크립트까지 생성하는 흐름을 구축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하나의 AI 활용사례로 정리한 기록이다.
출발점: 개인 사이트도 하나의 제품이다
inbum.net은 단순한 자기소개 페이지가 아니다.
- 개인 브랜딩 사이트
- 블로그와 AI 뉴스
- AI 활용사례 아카이브
- 자동화 워크플로우 기록
- SW/AI 교육 콘텐츠
- 뉴스레터와 구독자 관리
- Supabase 기반 관리자 기능
- ESP32 교실 대시보드
- n8n, MQTT, Docker Compose 기반 홈서버 인프라
처음에는 "내 개인 사이트"라고 부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서비스가 얽힌 작은 제품에 가깝다. 그래서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기능을 고치거나 글을 올릴 때마다 전체 구조를 다시 기억하고, Docker Compose 설정을 확인하고, Supabase 연동을 떠올리는 방식으로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여기서 Hermes Agent를 단순 질의응답 도구가 아니라 운영 파트너로 쓰기 시작했다.
사람은 방향과 승인을 맡고, Hermes Agent는 파일·문서·검증·배포 흐름을 연결한다. 핵심은 AI가 추측하지 않고 실제 시스템을 읽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1단계: AI에게 설명하지 말고, 직접 파악하게 하기
기존 방식이라면 나는 AI에게 이렇게 설명했을 것이다.
내 사이트는 Next.js이고, Supabase를 쓰고, Docker로 배포하고, 경로는 대충 이런 식이야...
하지만 AI Native 방식에서는 반대로 접근한다.
홈서버에 있는
inbum-net서비스를 직접 파악해봐.
Hermes Agent는 /homeserver에 마운트된 실제 파일을 읽고 다음을 확인했다.
docker-compose.yml의inbum-net서비스 정의- Next.js 앱 경로와 라우트 구조
- Supabase, n8n, MQTT bridge 환경 변수
- 배포 스크립트
- 현재 git 상태
- lint/typecheck/build 가능 여부
- 공개 사이트의 HTTP 응답 상태
이 과정에서 사람은 개요만 제공하고, AI가 실제 시스템을 읽어 근거를 확보한다. 중요한 차이는 여기에 있다. AI가 추측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직접 확인한다.
2단계: 반복되는 맥락을 전용 에이전트로 분리하기
inbum.net은 앞으로도 계속 관리해야 하는 서비스다.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대신, 사이트 전용 Hermes profile을 만들기로 했다.
생성한 전용 에이전트의 역할은 명확하다.
inbum.net의 코드와 인프라 맥락을 기억한다.- 작업 전 git 상태를 확인한다.
- secret 값을 출력하지 않는다.
- 변경 후 TypeScript와 lint 검증을 수행한다.
- 배포처럼 side effect가 큰 작업은 명시 요청이 있을 때만 실행한다.
- 사이트 문서와 실제 코드가 다르면 차이를 기록한다.
즉, 전용 에이전트는 단순한 채팅 상대가 아니라 서비스 운영 규칙을 내장한 작업자가 된다.
3단계: 운영 지식을 파일로 남기기
AI와 대화한 내용은 쉽게 사라진다. 그래서 중요한 운영 지식은 저장소 안의 문서로 남겨야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파일을 만들거나 보강했다.
AGENTS.md: 이 저장소에서 AI가 따라야 할 프로젝트 규칙docs/inbum-net-agent.md: 전용 에이전트 운영 문서scripts/inbum-net-agent.sh: 전용 profile을 실행하는 helper script- Hermes profile의
SOUL.md: 전용 에이전트 persona - profile memory seed: 서비스 경로와 소유자 정보
이것은 AI Native 전환에서 중요한 패턴이다.
좋은 프롬프트를 한 번 잘 쓰는 것보다, 좋은 맥락을 시스템 안에 남겨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던 운영 절차가 문서와 profile, script로 바뀌면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달라진다.
4단계: AI를 실행 가능한 워크플로우에 연결하기
전용 에이전트는 다음 명령으로 실행할 수 있다.
./scripts/inbum-net-agent.sh chat
또는 일회성 점검도 가능하다.
./scripts/inbum-net-agent.sh chat -q "inbum-net git 상태와 lint 상태 점검해줘"
이 한 줄은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미가 크다. AI가 더 이상 브라우저 탭 안의 도우미에 머물지 않고, 프로젝트의 실행 환경과 연결된 작업 단위가 된다.
물론 모든 것을 자동화한 것은 아니다. Docker daemon 접근, 실제 배포, credential 변경처럼 위험하거나 권한이 필요한 작업은 사람의 확인이 필요하다. AI Native는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판단해야 할 지점과 AI가 실행할 수 있는 지점을 분리하는 것에 가깝다.
5단계: 사람의 역할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코드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역할은 다음에 가까웠다.
- 방향을 정한다.
- AI가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 결과를 보고 의사결정한다.
- 민감한 작업에는 승인한다.
- 앞으로의 운영 방식을 설계한다.
반면 Hermes Agent는 다음을 담당했다.
- 파일과 설정을 직접 조사한다.
- 현재 상태를 근거와 함께 요약한다.
- 반복 가능한 문서와 스크립트를 만든다.
- 검증 명령을 실행한다.
- 다음 단계의 리스크를 알려준다.
이것이 AI Native에 가까운 일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모든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관리자에서, AI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환경과 원칙을 설계하는 운영자로 이동한다.
교육 관점에서의 의미
나는 SW/AI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험은 단순한 개인 생산성 사례를 넘어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AI에게 질문 잘하는 법"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능력이다.
- 문제를 작업 단위로 나누는 능력
- AI가 접근할 수 있는 자료와 환경을 설계하는 능력
-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
- 자동화해도 되는 일과 사람이 승인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는 능력
- 작업 과정이 다음 사람이나 다음 AI에게 이어지도록 문서화하는 능력
AI Native 시대의 SW 교육은 코딩 문법만 가르치는 방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은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을 넘어, AI와 함께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작게 시작하는 AI Native 전환 방법
이번 사례를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시작할 수 있다.
-
반복해서 관리하는 대상 하나를 고른다.
예: 개인 사이트, 수업 자료, 뉴스레터, 고객 문의, 업무 보고서 -
AI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모은다.
폴더 구조, 문서, 설정 파일, 예시 데이터, 기존 작업 기록 -
작업 전후 규칙을 명시한다.
확인할 것, 건드리면 안 되는 것, 검증 방법, 승인 필요한 작업 -
전용 에이전트나 전용 작업 공간을 만든다.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도록 맥락을 고정한다. -
작업 결과를 다시 시스템에 남긴다.
문서, 스크립트, 체크리스트, 자동화 워크플로우로 축적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AI는 단발성 도구가 아니라 점점 더 실무에 가까운 협업자가 된다.
작게 시작하되, 반복되는 맥락을 전용화하고 결과를 시스템 안에 남기는 것이 전환의 핵심이다.
마무리: AI Native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AI Native로의 전환은 "이제부터 모든 일을 AI로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구체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일을 다음에도 더 잘하게 하려면, 어떤 맥락과 규칙을 시스템에 남겨야 할까?
이번 inbum.net 전용 에이전트 작업은 그 질문에 대한 작은 답이다. 개인 사이트 하나를 관리하는 일에서 출발했지만, 이 방식은 수업 준비, 교육 운영, 콘텐츠 제작, 고객 관리, 사내 업무 자동화로 확장될 수 있다.
AI를 사용하는 단계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는 것.
그 전환의 시작점이 바로 AI Native다.